목사직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서
I. 들어가는 말
스승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라고들 한다. 더욱 애석한 것은 두고두고 신앙의 사표로 삼고 싶은 영적 스승 혹은 멘토를 찾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권위를 인정하고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구태의연하게 보이는 시대적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설파하는 가치를 온 몸으로 증거하며 사는 이가 드문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개신교회의 쇠퇴 기미가 뚜렷하다. 그 증상의 근원에는 목회자의 타락과 영성의 몰락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시대를 거스를 만큼 든든한 신학적 기반과 신앙적 뿌리가 없으니 조그마한 시련에도 넘어지고 변절한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저마다 처음 부르심을 확인하고 그것을 공적으로 인정받았을 때의 감격과 첫 사랑이 식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히 목사의 사제주의적 권위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성경에 근거하여 장로교에서 목사라는 직분에 부여한 그 역할과 의의를 다시 되새겨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임에 분명하다.
본 소논문은 장로교에서 공통적으로 부여하고 있는 목사직분의 의의를 살펴보고, 그 직분이 섬기는 종으로 오신 예수님의 사역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명한 후, 그것이 존경보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대의 목사직에 주는 중요성을 생각해 볼 것이다.
II. 교회 헌법에 명시된 목사의 의미
1. 국제장로교회 헌법
국제장로교회는 다른 장로교 헌법처럼 장로를 목사와 치리 장로로 구분한다. 즉 목사도 장로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장로교에서 그것은 형식적인 구분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대표라는 이분법으로 목회자와 장로를 차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국제장로교 역시 여전히 교회 안에서 목회자의 역할이 너무 크고 장로의 역할은 너무 제한적인 것인 것이 사실이다. 동역자로서 함께 사역하기보다는 목회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실은 여타 장로교와 크게 다르지 않는 듯 하다. 이것은 관심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장로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과 오랫동안 굳어진 관행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여건 아래서는, 목회자가 바른 리더쉽을 발휘하면 공동체에 유익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장로와 목사 간의 극단적인 대립을 야기할 수 있다. 목사 만큼 장로들에 대한 교육이 철저하지 않고, 장로가 시간적으로 목회 일에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동역자 관계로 분위기를 성숙시키고 가르치는 일과 성도를 돌보는 일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맨 우선하여 할 일은 바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목사의 자질을 높이고 그에게 맡긴 사명을 일깨우는 일일 것이다.
국제장로교는 장로(목사)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진술하고 있다:
“성경에서 장로는 임무에 따라 다양하게 불렀다. 그리스도의 양 무리를 감독한다는 의미에서 ‘Shepherd’(목사)라고 했고, 그리스도의 교회를 봉사한다는 의미에서 ‘Minister’(봉사자)라고 불렀으며, 신중하고 사리분별을 잘 하고 양들에게 모범이 되며 가정과 교회를 잘 다스릴 임무가 있기 때문에 장로(presbyter 혹은 elder)라고도 불렀다. 하나님의 뜻을 죄인에게 선포하고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 화해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보냄 받았기 때문에 ‘사자’(Messenger)라고도 한다.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어 주고,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성례전을 집전하기에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종[1]’이라 부른다. 장로는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택함을 받은 그리스도의 겸손한 종(Servant)이다.”
주로 목사에게 해당되지만 치리 장로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런 사명에서 예외일 수 없다. 장로(목사)를 그 역할에 따라서 ‘목사(shepherd)’ ‘봉사자’(minister), ‘장로’(elder), 사자(messenger), 종(servant)으로 명명하고 있다. 이들의 사명에는 하나님께 권위를 위임받은 자(the qualified)로서의 자격을 말해주는 이름으로서 ‘사자’ ‘장로’ ‘목사’ 등으로 불리며, 동시에 성도들을 섬기는 역할로서 ‘종’ ‘봉사자’ 등으로 불린다. 죄인에게 주님의 은혜의 복음을 가감없이 그리고 사심없이 전하는 자의 사명을 강조하는 ‘사자’ ‘종’이라는 명칭이 있고, 하나님의 공동체를 세워가는 역할을 강조하는 ‘목사’ ‘봉사자’ ‘장로’의 이름이 있다.
2. 대한 예수교장로회 합동
대한예수교 장로교 합동측에서는 제4장 목사 제 1 조 “목사의 의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 양의 무리를 감시하는 자이므로 ‘목자’라 하며(렘 3:15; 벧전 5:2-4),
2)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를 봉사하는 자이므로 ‘그리스도의 종’이라 하며,[2]
3) ‘그리스도의 사역자’라 하고 또 ‘신약의 집사’라고 한다(빌 1:1, 고전 4:1, 고후 3:6).[3]
4) 엄숙하고 지혜롭게 하여 모든 사람의 모범이 되고 그리스도의 집과 그 나라를 근실히 치리하는 자이므로 ‘장로’라 하며(벧전5:1-3),
5) 하나님의 보내신 사자이므로 교회의 ‘사자’라 하며(계2:1),
6) 하나님의 거룩한 뜻을 죄인에게 전파하며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목하라 권하는 자이므로 그리스도의 사신 혹은 ‘복음의 사신’[4]이라 한다(고후 5:20, 엡 6:20).
7) 정직한 교훈으로 권면하며 거역하는 자를 책망하여 각성하게 하는 자이므로 ‘교사’라 하며(딛1:9, 딤전 2:7, 딤후 1:11),
8) 죄로 침륜할 자에게 구원의 복된 소식을 전하는 자이므로 ‘전도인’이라 하며(딤후 4:5), 9) 하나님의 광대하신 은혜와 그리스도의 설립하신 율례를 시행하는 자이므로 하나님의 오묘한 도를 맡는 ‘청지기’라 한다(눅 12:42, 고전4:1-2).
장로교 합동측에서 규정하는 목사의 의의는 국제장로교보다 더 포괄적이다. ‘신약의 집사’ ‘복음의 사신’ ‘교사’ ‘전도인’ ‘청지기’ 등의 명칭을 더 포함시키고 있다. 물론 이 가운데는 이것들이 반드시 목사만을 지칭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만한 명칭도 포함되어 있으며, 현재 안수를 주어 임명하는 목사와 안수 없이 사역하는 기타 봉사자들(주일학교 교사, 평신도 선교사, 문서 사역하는 이들 등)과 구분이 어려운 역할도 포함하고 있다. 즉 성경에서 말하는 교사, 전도인, 청지기 같은 명칭이 현재의 목사를 가리키는 명칭인지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목사’(poimh,n,,엡 4:11)라는 명칭은 성경에 단 한 군데 쓰이고 있고 그 역할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다.[5] 즉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이 목사 직분은 성경에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직분이 아니라, 교회가 만든 직분으로서 그 역할 또한 각 시대에 따라, 그리고 각 교단의 이해에 따라 달리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로교 합동은 목사의 명명 중에 ‘전도인’과 ‘교사’ ‘집사’를 더 포함시키고 있다. ‘전도인’은 죄인들에게 복음을 증거하는 ‘사자’의 역할과 흡사하다. 가르치는 자로서의 목사의 역할을 디도와 디모데에게 부여한 ‘교사’라는 명칭과 연결하고 있다. 빌립보서 1:1에 나오는 ‘감독들’과 ‘집사들’에 대한 언급에서, 장로교 합동은 이 ‘집사들’을 현재의 목사들과 동일시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집사는 헬라어 ‘dia,konoj’는 고전 4:1과 고후 3:6과 같은 ‘종’ 혹은 ‘사역자’로 번역할 수 있는 단어다. 또 ‘종’을 나타내는 단어 가운데 dou/loj는 포함시키지 않고 있으며, ‘사자’(messenger)를 뜻하는 단어 가운데 ‘a;ggeloj’(계 2:1)는 포함시키고, ‘avpo,stoloj’는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는 사도와 목사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데, 불연속성만을 강조하였기 때문인 듯 하다.
3.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측) 헌법에서는 제24조 목사의 의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1)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양인 교인을 양육하는 ‘목자’이며(렘 3:15, 벧전 5:2-4)
2) 목사는 그리스도를 봉사하는 ‘종’ 또는 ‘사자’이며(고후 5:20, 엡 6:20)[6]
3) 목사는 모든 교인의 모범이 되어 교회를 치리하는 ‘장로’이며(벧전 5:1-3)
4) 목사는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교인들을 깨우치는 ‘교사’이며(딛 1:9, 딤후 1:11)
5) 목사는 구원의 복된 소식을 전하는 ‘전도인’이며(딤후 4:5)
6) 목사는 그리스도의 설립한 율례를 지키는 자인고로 하나님의 도를 맡은 ‘청지기’이다(눅 12:42, 고전 4:1-21).
통합측이 말하는 목사의 의의는 합동측과 비교하여 거의 차이가 없으며, ‘교사’ ‘집사’로 명명한 것이 빠져 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종’(dou/loj)과 ‘일꾼’(dia,konoj), 사자와 사신을 구분하지 않고, a;ggeloj와 avpo,stoloj 간의 구분을 하지 않고 있다.
4.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은 헌법 제5장 31조 목사의 의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목사는 노회의 안수로 임직을 받아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며, 성레를 거행하며, 교회를 치리하는 자이다(롬 11:13).
이 직분에 대한 호칭은 성경에 나타난 각양의 의무를 따라 다음과 같이 불린다.
1) 그리스도의 양무리를 감시하는 자이므로 ‘감독’이라고 한다(행 20:28)
2) 신령한 양식으로 양무리를 먹이므로 ‘목자’ 또는 ‘목사’라고 한다(엡 4:11; 렘 3:15; 벧전 5:2-4).
3) 양무리의 모범이 되고, 그리스도의 집과 그 나라를 치리하는 자이므로 ‘장로’라고 한다(벧전 5:1-3).
4) 그리스도를 위해 봉사하므로 ‘그리스도의 종’ 혹은 ‘사역자’라고 한다(고후 3:6).
5) 하나님의 보내신 자이므로 교회의 ‘사자’라 한다(계 2:1).
6) 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며,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목하도록 권하는 자이므로 ‘그리스도의 사신’이라고 한다(고후 5:20; 엡 6:20).
7) 바른 교훈으로 권면하며 거역하는 자를 책망하여 깨닫게 하는 자이므로 ‘교사’라 한다(딤전 2:7; 딤후 1:11; 딛 1:9).
8) 구원의 복된 소식을 전하는 자이므로 ‘전도자’라 한다(딤후 4:5).
9)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이므로 ‘청지기’라 한다(눅 12:42; 고전 4:1-2).
고신측이 말하는 목사의 의의는 통합측보다는 합동측과 거의 일치한다. 우선 고신은 목사의 의의에 ‘감독’이란 명칭을 더 추가한다. 감리교에서 말하는 감독을 ‘목사’와 동일시하는 장로교 정치체제의 해석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합동측에서는 ‘감시하는 자’로서 언급한 ‘목자’의 역할을 “신령한 양식으로 양들을 먹이는” 역할로 다시 정의하고 있으며, 이것이 더 적절한 듯 하다. 여기서도 그리스도의 ‘종’과 ‘사자’로서의 목사의 역할은 빠져 있다.
5. 정리
5.1. 가장 포괄적인 목사의 의의
4개 교단은 저마다 자신들이 이해하는 목사의 의의를 서술하고 있다. 국제장로교는 그 정확한 근거구절이 없어서 어떤 본문에서 어떤 헬라어 단어를 뜻하고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반면에 다른 세 주요 교단에서는 모두 ‘종’(dou/loj)과 ‘사자’(avpo,stoloj)로서의 목사의 역할이 빠져 있는 것이 흥미롭다. ‘종’이라는 말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 종은 일꾼(‘minister’)으로 번역할 수 있는 헬라어 단어 dia,konoj 이다. 이는 ‘종’과 ‘사자’로서의 예수님의 역할과의 관련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구절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위의 4개 교단에서 말하는 ‘목사’(장로)의 의의를 다 포괄하면 다음과 같다:
1) 그리스도의 양 무리를 지키고 보살피는 자이므로 ‘감독’(evpi,skopoj, bishop )이다(행 20:28).
2) 하나님의 말씀으로 양무리를 먹이므로 ‘목자’ 또는 ‘목사’(poimh,n, shepherd)이다(엡 4:11; 벧전 5:2-4).
3) 양 무리의 모범이 되고, 그리스도의 집과 그 나라를 치리하는 자이므로 ‘장로’(presbu,teroj, elder)이다(벧전 5:1-3).
4) 그리스도를 위해 봉사하므로 ‘사역자’ ‘일꾼’ 혹은 ‘집사’(dia,konoj, minister)다(고전 4:1; 고후 3:6; 빌 1:1)이다.
5) 하나님의 보내신 자이므로 교회의 ‘사자’(a;ggeloj 혹은 avpo,stoloj, messenger)이다(계 2:1; 고후 8:23).
6) 하나님의 뜻을 전파하며,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목하도록 권하는 자이므로 ‘그리스도의 사신’ (presbeu,w, Ambassador)이다(고후 5:20; 엡 6:20)
7) 바른 교훈으로 권면하며 거역하는 자를 책망하여 깨닫게 하는 자이므로 ‘교사’(dida,skaloj, teacher)이다(딤전 2:7; 딤후 1:11; 딛 1:9).
8) 구원의 복된 소식을 전하는 자이므로 ‘전도자’(euvaggelisth,j, evangelist)라 한다(딤후 4:5).
9)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이므로 ‘청지기’(oivkono,moj, steward)이다(눅 12:42; 고전 4:1-2).
10) 그리스도에게 절대적인 순종을 하는 ‘그리스도의 종’(dou/loj, slave)이다(갈 1:10; 딛 1:1).
5.2. 목사의 직분이 주는 의미
장로교 헌법에서 규정하는 대로, 목사는 교회 안을 든든히 세워가고 교회 밖을 향해 복음을 전하며, 하늘의 권세를 가지고 땅의 성도들보다 더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다면적인 역할을 부여받았다. 안과 밖, 그리고 하늘과 땅을 연결하여 하나가 되게 하는 중요한 사명을 받은 자가 바로 목사요 장로다. 이를 위해서 그들은 개인적으로는 ‘말씀’과 ‘삶’이 하나가 되어야 하고, 삶에서 있어서는 대외적인 태도와 자기 가정에서의 태도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공동체의 양육과 죄인들을 향한 복음 전파의 사명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다스림과 섬김 사이에 긴장을 유지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처럼 목사는 한편으로는 그리스도의 권위를 위임 받아 가르치고 다스리는 구별된 존재이면서 동시에 연약한 인간으로서 하나님의 긍휼을 입고 먼저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로 온전하게 살기 위해 애쓰며 성도들보다 더 낮은 자리에서 섬겨야 하는 ‘역설적인 존재’(paradoxical being)이다.
이 두 삶의 양태 사이에는 조화나 조합이 아니라 ‘긴장’(tension)이 존재한다. 인위적 혹은 기계적 균형이 아니라 성령과의 친밀한 교제에서 나오는 영적인 감수성에 의존하는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친밀한 교제가 없는 상태에서 목사라는 직업은 너무나 위태롭고 자기는 물론이고 성도들의 영혼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는 자리이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 백성에게 요구하는 자기 부정과 섬김과 희생의 삶을 실현하기가 가장 어려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살피겠지만, 그것은 그리스도께서 친히 모범이 되어주신 십자가의 길과는 가장 멀리 떨어진 삶이 될 수 있으며, 특별히 목회자의 당연적인 권위가 인식적인 권위보다 더 우선시되고 지나치게 편향되게 평가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이 긴장이 깨지면 ‘역설의 자리’에서 ‘외식의 자리’로 떨어지게 된다. 그 자리가 주는 세상적인 혜택에만 관심을 빼앗김으로써 경건의 모양만을 갖추려고 애쓰는 자들이 되어 버린다. 땅의 섬김은 외면하고 하늘의 권세만 주장하고, 똑같이 연약한 죄인임을 부인한 채 차원이 다른 구별된 존재로서 대접 받으려고 하고, 개교회의 성장에만 주의를 기울인 채 힘든 선교사역은 등한시 하는 균형 잃은 목회로 흐를 위험이 있다.
국제장로교 헌법은 목사가 이 둘 사이의 역설적 균형을 잘 이루도록 요구하는 성경의 가르침을 잘 반영하고 있다. 최근에 비판을 받고 있는 목사의 사제주의적 권위주의나 지나친 목사 중심적인 교회 운영, 그리고 목사의 신학과 윤리 사이의 불일치의 문제 등은 바로 이런 다각적인 목사의 역할과 사명을 잊은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3. 목사의 의의 규정의 문제점
5.3.1. 장로와 목사 개념 혼란
국제장로교를 포함하여 4개 장로교교단에서 규정한 목사의 의의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그들은 모두 성경에서 나오는 목사의 이름에서 현재 목사의 역할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현재 목사가 행하는 역할에 부합하는 성경의 근거들을 찾아 헌법에 수록한 듯이 보인다. 이는 성경에서 ‘목사’라는 명칭은 단 한 구절에 불과하여 그 활동 범위와 역할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즉, 현재 교회에서 사용하는 ‘장로’와 ‘목사’라는 명칭이 뜻하는 바와 성경에서 등장하는 ‘장로’와 ‘목사’의 명칭의 의미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목사라는 명칭은 성경에서 등장하는 명칭보다 훨씬 포괄적으로 쓰이고 있고, 장로라는 명칭은 훨씬 폭 좁게 쓰이고 있다. 이런 용어 혼란 때문에 한편으로는 “교회의 항존 직원”을 말할 때는 ‘목사’를 장로 중 하나로 구분하여 장로를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목사의 의의”에서는 ‘목사’의 기능 중 하나로 성경의 ‘장로’를 언급함으로써 목사를 더 포괄적인 범주로 규정하는 모순을 보이게 된 것이다.
물론 국제장로교는 일관되게 ‘장로’를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고 ‘장로’를 교인의 대표로서의 치리장로와 목사 장로’로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언제든 목사의 역할이 중단되면 장로로 돌아갈 수 있게 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고 현실적으로는 분명히 구분할 수밖에 없지만, 국제장로교에서는 현재의 치리 장로의 역할이 목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고, 장로를 평신도의 대표로 말하지 않음으로써 성직자인 목사장로와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국제장로교 헌법은 비록 간략하지만 목사 중심주의에서 나올 수 있는 교회 운영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교회 장로교는 이제 ‘장로’의 성경적인 근거를 먼저 살핀 후 이에 알맞은 현재의 장로와 목사의 역할과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할 때 권위주의적인 우리 문화에 영향을 받아 왜곡된 교회의 리더쉽을 바르게 회복할 수 있다.
5.3.2. 사도적 연속성에 대한 강조 미흡
‘목사’의 역할에 대한 증거구절로 각 교단들은 대부분 바울의 서신을 제시하고 있고, 일부 베드로나 요한의 서신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목사직’ 혹은 ‘장로직’의 기원은 예수님의 열 두 사도들의 역할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구속사적으로 그들의 독특한 역할은 물론 고려해야 하지만, 교회는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터 위에 건립되었고(엡 2:20), 열 두 제자를 대표한 베드로의 신앙고백이 교회의 기초가 될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마 16:18)과 함께 장차 예루살렘 성의 열 두 기초석 위에 어린 양께 속한 열 두 사도들의 열 두 이름이 기록된 환상을 본 요한의 기록(계 21:14)까지 생각할 때, 올바른 신앙 고백을 위해 진리를 선포하는 현재의 ‘목사’의 역할은 열 두 제자들의 사역에서 그 기원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교회 안에서 전문적으로 말씀을 잘 연구하고 전할 직분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으며, 그 사역자의 삶의 태도를 그리스도의 제자의 삶에서 유추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특히 장로와 목사간의 차별을 조장하는 왜곡된 제도 때문에 극단적으로 목사직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전문적인 신학교육의 필요성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제자들과의 연관성은 잘 훈련된 말씀 사역자가 교회의 기초를 세우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유익하다.
III. 목사의 역할과 섬김의 종인 예수님과의 관련성
위에서 언급한 대로 목사직의 기원은 제자들의 활동이며, 제자들 사역의 정당성 또는 태도 역시 그들의 스승인 예수님에게 의존하고 있다. 즉 목사들은 주님의 제자들로서 예수님이 가신 길을 가야 하고, 예수께서 맡기신 가르침을 전해야 하고, 예수께서 살아가신 길을 걸어가야 한다.
비록 대부분의 장로교 헌법이 명시한 목사의 의의가 사도들의 글에서 나온 용어들이지만, 사도들 역시 그 용어들을 사역자의 명칭으로 사용한 데는 그의 스승 예수님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거의 모든 명칭이 예수님의 모습에게 그 연관성을 찾을 수 있지만, 이제 우리는 그 가운데 세 가지 용어들(목자, 종, 사자)과 예수님의 사역과의 관련성을 생각하면서(III장) 이것이 현재 목회자들의 삶에 주는 함의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IV장).
1. 목자 혹은 목사 (poimh,n, shepherd )
1.1. 에베소서와 베드로전서
바울은 에베소서 4:11에서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각각 다른 은사를 주심으로 그들이 그 은사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세워가게 하셨다고 말한다. 그 은사에 맞는 각양 직분을 언급하면서, “목사”(shepherd)를 언급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여기서 “목사”는 현재 교회에서 쓰고 있는 목사보다는 좁은 의미이다. 사도, 선지자, 복음 전하는 자, 교사와 나란히 언급되면서, 그 목적을 “성도를 온전케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목사와 함께 언급된 다른 직분들이 바로 현재의 목사 감당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 사역 가운데 한 부분, 즉 목자로서 양과 같은 성도들을 돌보는 ‘은사’에 알맞은 직분을 뜻할 것이다.
이것이 예수님에게서 받은 은사인 것은 맞지만, 에베소서에서는 예수님과 이 직분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추측만 할 수 있는데 반해, 베드로전서(5:1-4)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관련성을 엿볼 수 있다. 베드로는 “장로들”에게 권고하면서 자신 역시 장로로서 “그리스도의 고난의 증인이요, 나타날 영광에 참여할 자”로 소개한다(5:1). 그리고 장로들의 사역을 “양 무리를 치는 일”로 표현한다(5:2). 즉 장로들을 “목자”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양무리를 향한 그들의 태도는 “부득이함으로 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뜻을 좇아 자원함으로 하며, 더러운 이를 위하여 하지 말고 오직 즐거운 뜻으로 하며, 맡기운 자들에게 주장하는 자세를 하지 말고 오직 양무리의 본이 되라.”고 한다. 크게 세 가지를 말한다. 1) 목자는 하나님의 뜻을 좇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사역자이다. 2) 목자는 더러운 이득을 취하지 않는다. 3) 목자는 양무리를 주장하지 않고 본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목자장이 나타나실 때에 시들지 아니하는 영광의 면류관을 얻으리라”(5:4). 여기서 베드로는 예수님을 ‘목자장’으로 소개한다. 예수님 자신도 우리의 목자시며, 그 사명을 위임 받은 인간 목자는 그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사역해야 한다는 것이다.
1.2. 예수님 자신의 목자 비유
예수님은 자신을 “목자”로 비유하신 적이 있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님은 “선한 목자”로 자신을 소개하신다. 그는 양들을 자기 이익의 수단으로 삼는 삯꾼 목자와 대조하면서 자신은 “양들을 위한 목숨을 버리는 자”(요 10:11)라고 하신다. 반면에 삯꾼 목자는 이리가 늑탈하고 해치기 위해 오면 두려워 달아나 버린다. 그는 또 양과 자신이 얼마나 친밀한 관계인지도 강조하신다. “나는 선한 목자라. 내가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10:15). 그 친밀함 때문에 양들은 목자의 음성을 알고 목자는 양의 이름을 알고 부른다. 양은 목자의 음성을 듣고 목자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 간다(10:3-4). 양과 목자의 관계는 주장하는 관계가 아니라 목자가 친히 앞서 가시면서 본을 보여주면, 양은 그를 신뢰하여 따라가는 관계인 것이다.
1.3. 구약적 배경
예수님이 자신을 “목자”에 비유한 것은 아마 구약에서 하나님을 이스라엘의 “목자”로 비유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것이다. 시편 23편에서 시인은 여호와를 “목자”로 노래한다. 그는 양들을 독초를 피하여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고, 깊은 물을 피하여 쉼이 있는 물가로 인도하는 자다. 또 위험에서 보호하고 또 건져주는 자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자신을 ‘종말론적’ 목자로서 자기 백성을 인도할 자로 이해했을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모세 역시 목자였다. 하나님은 시내산(호렙산) 근처에서 목동 생활을 하던 모세를 불러 첫 번째 출애굽을 이끌게 하셨다. 모세는 목자가 자기 양을 인도하듯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에서 가나안 바로 앞까지 인도하였다. 그리고 죽기 전에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한다.
“여호와 모든 육체의 생명의 하나님이시여, 원컨대 한 사람을 이 회중 위에 세워서 그로 그들 앞에 출입하며 그들을 인도하여 출입하게 하사 여호와의 회중으로 목자 없는 양과 같이 되지 않게 하옵소서.”(민 27:16-17).
이런 기도의 결과로 세움 받은 사람이 여호수아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여호수아’라는 이름의 헬라어 표현이 바로 ‘예수’다. “여호수아”는 하나님 나라의 상징인 ‘가나안’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하여 들어간다. 예수님은 이제 자기 양들을 두 번째 출애굽을 하시기 위해 오셨다. 그 뿐만 아니라 모세가 못한 일, 즉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게 하시는 일도 참 목자이신 예수님이 하실 것이다.
하지만 ‘목자’로서 우리에게 더 유명한 사람이 있다. 바로 ‘다윗왕’이다. 목숨을 걸고 양들을 지키던 목동 다윗은 목숨을 걸고 이스라엘을 지키는 목자가 되었다. 그는 통일 이스라엘의 진정한 초대 왕으로서 훗날 하나님 나라의 왕이신 예수님을 예표하는 인물이다. 하나님은 처음에 이스라엘에게 왕을 세우도록 허락하시면서, 그 왕의 역할을 주변 나라들의 왕들과는 전혀 다르도록 요청하셨다. 군사력에 기대어 약한 자들을 학대하고 그 위에 군림하는 왕들과는 달리 이스라엘의 왕은 목자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다스리는 일을 대신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왕 중에서 누구 하나 이런 역할을 잘 해낸 왕이 없었다. 심지어 다윗마저도 자기 백성을 보호하기보다는 자기 욕정에 못 이겨 권력을 남용하여 용병 우리야를 죽이고 그의 아내를 빼앗았다.
이처럼 목자로 묘사되지만 목자로서 그 완벽한 모습은 저마다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보다 이상적인 목자에 대한 기대를 구약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한다.
이사야 선지자는 이제 이스라엘 백성들을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오게 하는, 두 번째 엑소더스를 하실 하나님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보라 주 여호와께서 장차 강한 자로 임하실 것이요, 친히 그 팔로 다스리실 것이라. 보라, 상급이 그에게 있고 보응이 그 앞에 있으며, 그는 목자 같이 양무리를 먹이시며, 어린양을 그 팔로 모아 품에 안으시며, 젖먹이는 암컷들을 온순히 인도하시리로다”(사 40:10-11).
이 구절의 전후 문맥을 살피면, 이제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는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오게 하실 것이라는 말씀을 듣는다. 주 여호와께서 “강한 자”로 그리고 “목자로” 임하셔서 목자 같이, 용사 같이 그들을 안전하게 약속의 땅으로 돌아오게 하실 것이라는 약속이 나온다. 복음서 저자들이 이 외치는 자의 사명을 세례 요한이 감당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기에 오실 그 목자는 바로 예수님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예수님은 자신이 새출애굽 혹은 출바벨론을 이끄는 목자로 이해하신 것이다.
에스겔 선지자는 34장에서 그것을 다른 식으로 표현한다. 에스겔 34장은 요한복음 10장의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특별히 36장과 37장에 나오는 새언약과 마른 뼈에 생기를 불어넣어 새창조하는 ‘영’의 역사와 함께 생각할 때 이 요한복음의 흐름과 아주 잘 들어맞는 책이다.
에스겔 34장에는 거짓 목자를 고발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들을 미혹하여 죄를 짓게 한 자들이다. 그들을 먹이거나 돌보지 않고 오히려 ‘살진 양을 잡아 그 털을’ 입기까지 하였다(34:3). 그들은 거짓 왕도 되고 선지자도 되고 제사장도 될 것이다. 하나님은 친히 자신이 목자가 되셔서 흩어진 양들을 구원하여 다시 모으고 거짓 목자는 심판하실 것이라고 약속하신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또 다른 약속을 하신다. 다름 아니라 새로운 목자를 세우시겠다는 계획이다.
“내가 한 목자를 그들의 위에 세워 먹이게 하리니, 그는 내 종 다윗이라. 그들을 먹이고 그들의 목자가 될지라. 나 여호와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내 종 다윗은 그들 중에 왕이 되리니 나 여호와의 말이니라.”(34:23-24)
당연히 이 다윗은 훗날 오실 다윗과 같은 메시아, 다윗과 같은 왕을 가리킨다. 그 분이 바로 다윗의 후손으로 태어나신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을 목자로 세워 이 백성을 구하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이다.
1.4. 정리
이처럼 예수님은 구약에서 출애굽 하신 여호와처럼, 자기 양을 건사하시고 끝까지 책임지시는 종말론적인 목자로 오셔서 우리를 위험에서 구원하여 하나님 나라로 안전하게 이끄셨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를 받아 그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꼴을 주시고 물을 주시고 보호하시고 건져주신다. 그 목자는 세상의 실제 목자들과는 달리 자기 목숨을 버려 양들을 지키시는 분이다. 그분의 십자가와 부활은 우리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예수님은 자신의 사명을 제자들에게 맡기시고 자신은 목자장이 되신다. 목자이신 예수님의 삶이 바로 교회를 향한 제자들의 삶인 것이다.
2. 종(slave or servant)
2.1. 바울의 글과 기타 신약의 글
바울은 자신을 자주 그리스도의 종이라고 불렀다(롬 1:1; 갈 1:10; 빌 1:1; 딛 1:1). 70인역에서 ‘doulos’는 보통 사람들의 노예 뿐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자인 왕이나 선지자들을 일컫는 말로 번역되고 있다. 따라서 바울이 자신을 그리스도의 종이라고 한 것은 아마도 이중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1) 이는 자신의 사도직이 섬기는 직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을 것이다. 2) 동시에 그는 사도로서의 자신의 특권적인 위치를 강조하고 있을 것이다. 바울은 또한 자신을 자신의 회심자들의 ‘종’이며(고후 4:5), 자신이 복음을 전하는 자들의 종이라고도 소개한다(고전 9:19).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은 바울의 주인들은 아니었다. 바울은 오직 한 분 주인, 그리스도만을 인정하였고, 그를 위해서만 다른 이들을 섬겼다(고후 4:5).
이런 구약의 전통을 따라서 바울은 디모데까지 하나님의 종이라고 담대하게 주장하고 있고(빌 1:1), 야고보(약 1:1), 유다(유 1), 베드로(벧후 1:1)도 역시 자신들을 ‘그리스도의 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린도전서 7:22에서는 자유자(freeborn)로 있으면서 그리스도인이 된 자들을 ‘그리스도의 종’이라고 부르고 있다. 초기 기독교 저자들은 자유롭게 이 표현을 확장하여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일컫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즉 ‘종’이라는 명칭은 사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모든 백성들은 자녀이면서 동시에 종인 것이다. 이는 구약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애굽의 종 되었던 데서 구원해 주신 것을 기억하면서 자신들의 주인은 이제 애굽의 바로가 아니라 여호와이심을 고백하였기 때문이다.
2.2. 종이신 예수님과 이사야서의 고난 받는 종
예수님은 갈릴리를 떠나 예루살렘에 당도하시는 ‘길 위에서’ 제자들에게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3차례 예고하신다(8:27-10:56). 각 예고 후에는 12제자 중 중심적인 세 제자,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의 그릇된 메시아 기대에 근거한 반응이 나온다.
마지막 세 번째 수난과 부활 예고 후에는 세베대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께서 영광을 받으실 때 주의 좌우편의 자리에 앉게 해달라고 간구한다(10:37). 예수님은 그들이 예수님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하나님 나라를 기대하고 있음을 지적하신 후(10:42), 자신이 가야 할 길이며 동시에 제자들이 따라야 할 길이 어떤 것인지 말씀하신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 자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10:44). 그리고 그 종이 되는 삶을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말씀하신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들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10:45)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 이 땅에 오셨지만, 그 왕으로서 등극하시고 영광을 받으시는 것은 ‘대속물’로 자신을 바치는 ‘종’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하신 후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의 이런 사명은 앞서 세례 때와 변화산에서 두 차례나 “이는 내 사랑하는 내 기뻐하는 자”라는 하늘의 음성으로 확증되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는 시편 2편을 인용한 것으로, 거기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대적하는 자들에게 하나님은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왕으로 세워서 이기게 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내 기뻐하는 자라”는 이사야 43장의 “고난 받는 종”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즉 예수님의 왕위 등극은 ‘고난 받는 종’의 사명을 성취한 후에 비로소 성취될 것임을 미리 말씀해 주신 것이다.
예수님이 자신의 사명에서의 고난과 영광 간의 관계를 잘 이해했음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인자’(the son of man) 칭호의 사용이다. 마가복음 8:38에서 예수님은 “누구든지 이 음란하고 죄 많은 세대에서 나와 내 말을 부끄러워하면 인자도 아버지의 영광으로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올 때에 그 사람을 부끄러워 하리라.” 하신다. 이것은 재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구약 다니엘 7:13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니엘서 7장의 환상은 왕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7장은 라이벌 제국들이 멸망하고 ‘지극히 높으신 자의 성도들’(7:18)이 그들을 대신해 주권을 차지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방 제국들을 상징하는 네 짐승(구체적으로는 ‘네 왕’, 7:17)이 소개된 후 장면은 하나님의 보좌로 전환된다. 하나님은 눈부신 광채 가운데 심판주로 좌정해 계시며, 천상의 조신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고, 네 짐승의 한시적인 권력과 주권이 끝나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이 천상적 영광과 심판의 상황에서 다니엘이 한 인물, 즉 ‘인자 같은 이’를 보게 되는데, 그는 하늘의 구름을 타고 와서 하나님의 보좌 앞에 나아와 그 앞으로 인도된다. 그리고 짐승들이 찬탈했던 주권이 그에게 주어자고, 그의 통치는 전우주적이고 무궁할 것이라고 선포된다. 이것은 보좌에 즉위하는 환상인 것이다. 이 영원한 왕, 참되신 왕이 하나님의 보좌 곁에 좌정하시는 환상이다.
그렇다면 다니엘서에서 이 ‘인자 같은 이’는 누구인가? ‘지극히 높으신 자의 성도들’의 대표이다. 그런데 8:39에서 예수님은 바로 “내가 다니엘이 환상 중에 보았던 바로 ‘그’ ‘사람의 아들’이다”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 ‘그 사람의 아들’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자신을 종말의 하나님의 백성의 내포적 대표자(혹은 머리)인 신적 존재, 즉 하나님의 아들들의 머리인 하나님의 아들로 자신을 나타내고 싶으셨던 것이다. 그는 옛 이스라엘의 실패를 회복할 새 이스라엘의 대표이신 것이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예수님은 앞서 자신을 ‘종’으로 언급한 마가복음 10:45에서 자신을 ‘인자’로도 소개하고 있다. 마가복음 10:45의 배경은 이사야 43장과 53장이다. 막 10:45의 ‘대속물’은 바로 이사야 43:3의 ‘속량물’과 관계가 있다. 즉 예수님은 자신의 메시아적 임무를 이사야 43장에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으로 묘사함으로써, 자신이 이스라엘이 죄를 사함받고 구원을 얻도록 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위한 속량물로 바쳐져야 할 위치를 점하는 자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가복음 10:45에서는 “많은 사람”이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이 단지 이스라엘 뿐 아니라 지상의 사방에서 오는 모든 백성들을 위한 속량물로서 스스로 내어준다고 말하고 있다(사 43:5ff; 53:10-12).
이사야 53:10-12의 빛에서 보면, 예수님의 죽음은 하나님의 ‘종’의 속건제물로서 실제로 이스라엘과 열방들의 죄와 형벌을 담당하여 그들을 구원하거나 마지막 심판의 형벌에서 자유럽게 하는 대신적 고난이다.
즉 이사야 43장에서는 이스라엘을 위해 ‘열방의 위치’(이스라엘을 대신하여 속량물로 바쳐진 구스와 애굽과 스바)를 취한 자로서, 이사야 53장은 열방을 위한 이스라엘의 위치를 취한 자로서(고난 받는 종으로 인해 많은 사람의 죄가 용서 받음) 예수님은 자신을 이해하고 계셨다. 즉 그는 이스라엘의 대표적 사명 뿐만 아니라,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을 이루기 위한 선교적 사명까지 맡고 계셨다. 그는 이상적 이스라엘의 대표로서 열방에 대한 하나님의 구원의 중보자도 되셔야 했던 것이다. 그는 다니엘서 7장처럼 하나님의 이상적 백성의 내포자(the inclusive representative)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백성의 숙명을 대신적으로 성취해야 하는 하나님의 종인 것이다. 이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 속죄 받고 구속을 받을 수 있도록 예수가 그들에게 요구되는 순종을 대신적으로, 그리고 대표적으로 성취하고 그들의 불순종의 죄를 위해 대신 고난을 받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또한 예수가 열방에 대해 하나님의 구원의 중보자가 돼야 하는 그들의 선교적 숙명을 대신적으로 성취함을 의미한다.
이처럼 여호와의 종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예수님은 자신이 머리로서 하나님의 종말적, 이상적 백성을 체현하는 인자임을, 또는 하나님의 자녀들인 종말의 하나님의 백성을 모으는 혹은 창조하는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3. 사자(messenger, avpo,stoloj)
3.1. 바울의 글
바울의 글에 ‘사자’라는 단어는 전문적으로 12제자들을 가리키는 의미와, 비전문적으로 ‘보냄을 받은 자’란 뜻으로 모두 언급되고 있다.
3.1.1. 비전문적인 용어
비전문적인 의미로 쓰인 곳은 두 군데다(고후 8:16-24; 빌 2:25). 그는 고린도교회에 디도를 소개하면서 “나의 동무요 너희를 위한 나의 동역자요”로 말하고, 이어서 고린도 교회의 헌금 문제를 담당할 형제들을 소개하면서, “우리 형제들로 말하면 여러 교회의 ‘사자들’(avpo,stoloi)이요 그리스도의 영광”이라고 소개한다. 이 단어는 후기 랍비문학에서 쓰인 ‘saliah’의 용법과 흡사하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디아스포라 회당에 사명을 받고 가던 자였다.
두 번째 경우는 바울이 로마 감옥에서 빌립보 교회에 편지를 쓰면서 자신이 에바브로디도를 돌려보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등장한다. 에바브로디도는 “너희의 사자로 나의 쓸 것을 돕는 자”로 말하고 있다. 여기서도 사자의 역할은 고린도 교회의 사자들처럼 실제적인 일이며 종교적인 일은 아니다.
3.1.2. 전문적인 용어
전문적으로 쓰인 ‘apostle’은 ‘그리스도의 사도’를 가리킨다(예, 살전 2:6). 사도들은 일상적인 일을 위해 일반 사람들에게서 보냄을 받은 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메시아인 그리스도께서 보내신 자들이다. 바울이 언급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사도’는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자들로서 그리스도의 부활을 목격한 자들이며,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증거하는 자들이다. 바울은 자신도 그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사도로 부른 자라고 확신하면서 자신의 서신 여러 곳에서 이 사도권을 강력하게 변호하고 있다.
3.2. 예수님과 그의 사도들
예수님은 자신을 스스로 “사도” 즉 보냄을 받은 자로 생각하였다. 그는 말하기를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면 나를 영접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함이요”(막 9:37)라고 한다(막 2:6; 마 15:24; 눅 4:43; 요 5:36; 9:7; 20:21). 히브리서 저자도 예수님 자신을 “우리 믿는 도리의 사도”(3:1)라고 소개한다.
예수님은 자신에게는 하나님의 종말론적인 뜻을 이 땅 위에 실현하기 위해 보낸 대리인으로서 하나님의 권세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막 2:10; 요 5:37). 마찬가지로 에수님은 자신이 선택하신 12제자들에게도 귀신을 쫓아낼 수 있는 권세를 주셨다(막 3:15; 6:7).
“사도”로서 예수님은 결코 자기 스스로 자기 사역을 결정하지 않으셨다. 이는 D. A Carson이 말하는 대로 ‘사도’란 말의 초점은 보냄을 받은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보낸 자에게 있는 명사라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는 보내신 하나님의 능력으로 하나님의 뜻을 따라서만 행동하고 말씀하신 삶을 사셨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삶과 제자들의 삶 사이의 병행은 제자들의 사명 역시 예수님을 보내신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예수님을 통해 성취하신 사건을 이제 제자들을 통해 완성하기 위해 맡기신 것임을 알 수 있다.
3.3. 정리
바울은 교회가 ‘선지자들과 사도들의 터’ 위에 세워진다고 말한다(엡 2:20). 문자 그대로의 ‘사도’는 열 두 제자와 사도 바울로 끝나지만, 그들이 교회의 기초를 닦았던 복음 선포의 사명은 여전히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들이 예수님의 사명을 또다른 보혜사인 성령님의 도움을 통해 수행하였듯이, 우리도 똑 같은 권세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성령의 도움을 의지하여 예수께서 맡기신 사명을 감당할 책임을 부여 받았다.
VI. 현대적 의의
1. 목자로서의 목사
목자로서 예수님에게서 우리는 세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첫째, 그는 양들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렸다. 자기를 돌아보지 않고 양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목사로 부름 받은 자는 배워야 한다 둘째, 그는 양들을 잘 알고 있었고, 양들도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예수님은 이는 마치 하늘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처럼 친밀하다고 하신다. 목사는 목자로서 양들을 잘 알고 그들과 영적, 인격적으로 친밀한 교제를 나누어야 한다. 셋째, 목자는 양들의 본이 되었다. 그는 억지로 주장하지 않았다. 친히 양들이 가야 할 길을 앞서 가시면서 인도하셨다. 심지어 십자가의 죽음의 길까지도 모범을 보이시면서 걸어가셨다. 이 십자가의 길만이 양들이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결코 양들을 쉽고 편한 길로 유혹하지 않았다. 목자인 목사들도 자신이 믿고 가르친 바대로 자신이 먼저 살아야 한다. 자신의 삶이 또 하나의 말씀이 되어 성도들을 인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십자가의 복음이 십자가의 삶으로 나타나야 한다. 예수께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살았듯이, 목자인 우리도 불의한 이익을 멀리하고 오직 하나님의 뜻을 좇아 양들을 자기 목숨처럼 사랑해야 한다.
2. 종으로서 목사
종으로서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왕이시면서도 죄인들의 죄를 대속하여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는 데까지 아버지 하나님께 순종하셨다. 이 십자가의 죽음은 종으로서 순종의 죽음일 뿐 아니라 온 세상의 죄인들을 대속할 선교적인 사명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 예수님의 길은 그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의 길이 되어야 한다. 그런 뜻에서 예수님은 영광의 좌우편 자리를 구하는 야고보와 요한에게 “너희가 나의 마시는 잔을 마시며 나의 받는 세례를 받을 수 있느냐?”(막 10:38)고 물으심으로써, 죽음의 길이 그들 앞에도 놓여 있으며, 그 십자가까지 따라와야 예수님처럼 영광에 참여할 수 있음을 분명히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는 ‘대속물’과 ‘속건제물’로서의 예수님의 종의 사명은 감당할 수 없지만, 주와 복음을 위하여 우리의 한 분 주인이신 하나님께 순종하여 하나님 나라를 말과 삶으로 전하며 살아가야 한다. 묵묵히 아버지의 뜻을 따라 자신을 내어드렸듯이, 목사로 부름 받은 우리도 주의 종으로서 아버지께서 요구하시는 사역에 순종해야 한다.
예수님의 사명은 선교적 사명이기도 하였다. 그의 죽음은 유대인 뿐 아니라 그를 믿는 모든 자의 죄를 사하는 사역이었다. 우리 역시 주의 종으로서 이 그리스도의 죄사함의 구속을 널리 전하는 선교적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명령은 여전히 주의 종인 목사들에게 유효하다.
종은 야고보와 요한처럼 이 세상의 영광의 자리를 구해서는 안 된다. 또한 종의 사명은 목사들만 전유물도 아니다. 모든 성도들이 제자로 부름 받았고 또 그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삶에서 늘 말씀을 전함으로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야 한다. 따라서 목사는 ‘종님’이라는 기괴한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종의 신분으로 영광의 좌우편을 차지하려고 함으로써 종의 사명을 왜곡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현재의 목회 현장의 타락은 바로 이 세속적인 자기 영광을 구하는 지도자들의 태도에도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도자들은 영광의 자리가 아니라 섬김의 자리를 찾아 내려가야 한다.
3. 사자로서의 목사
우리의 믿는 도리의 사도이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대표(representative)로서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의 왕권을 대신 행사하셨고, 마지막 심판의 날까지 그 권세를 행사하실 것이다. 하지만 그의 권세는 철저하게 하나님께 속하였다. 그는 보냄을 받은 자로서 임의대로 사역하지 않으시고, 철저하게 보내신 자의 뜻에 순종하였다. “아버지께서 내게 하라고 주신 일을 내가 이루어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영화롭게 하였고”(요 10:4), “내가 하늘로서 내려온 것은 내 뜻을 행하려 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려 함이니라.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 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요 6:38-39)고 하셨다. 그 순종의 절정이 바로 십자가이다. 그는 오직 보내신 자의 뜻을 행하기 위해 자신을 버린 삶을 살았다.
구약에서 하나님은 에스겔 선지자를 보내면서 그들이 듣든지 안 듣든지 심판의 메시지를 전하라고 명령하신다(겔 2:1-3:15). 보냄을 받은 자의 사명은 보낸 자의 뜻을 전달하는 것일 뿐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 보낸 자가 묻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가 충실하게 자신의 뜻을 전달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을 전달하는 데 뒤따르는 대가가 두려워 메시지를 왜곡할 때는 보낸 자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된다.
목사가 복음을 파는 세일즈맨이 되어간다는 비판을 듣는 이 시대에 청중들의 귀를 즐겁게 하기보다는 비록 환영받지 못해도 하나님의 뜻을 있는 그대로 증거하는 모습 속에서 바로 이 ‘사자’로서의 목사의 소명이 드러날 것이다.
V. 나가는 말
이 소논문에서 본인은 현재 4개의 주요 장로교단에서 언급하는 있는 목사의 의의, 즉 목사의 책임과 사명을 언급하고 비교한 후, 10가지 다양한 명칭들로 한데 모았다. 여기서 우리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목사와 장로라는 명칭의 뜻이 본래 성경에서 의도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으며, 목사의 역할과 책임은 후대에 각 교회의 필요에 따라서 결정되었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이 목사의 의미 가운데 우리의 모범이 되시는 예수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역할인 목자, 종, 사자의 의미를 살펴보고 그것을 현재의 목사의 사명에 적용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재 권위가 실추될 데로 실추된 목사의 위상은 바로 예수님께서 친히 보여주신 모습을 닮지 않고 목사의 권위만을 주장하는 데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다시 한 번 주께서 목사에게 맡기신 것은 복음만이 아니라 복음의 내용을 삶으로 살아낸 예수님 자신임을 기억하면서, 그 예수님처럼 목자가 되고 종이 되고 사자가 되어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드러내고 자신은 사라지는 존재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1] 청지기
[2] dou/loj (갈 1:10; 딛 1:1)
[3] 고전 4:1 –‘일꾼’(dia,konoj, minister); 빌 1:1 ‘집사’; 고후 3:6 – ‘일꾼’(dia,konoj)
[4] Ambassador(presbeu,w)
[5] 벧전 5:4에서 주님을 ‘목자장’이라고 부른 것을 근거로, 교회내 장로들을 ‘목자’라고 부를 개연성이 있다.
[6] 두 관련 구절 모두 ‘Ambassador’(presbeu,w)로 ‘사신’(使臣)으로 번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