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빌4:11-12)는 사도바울의 말씀에 많은 은혜를 받으면서도 그는 또한 하나님앞에 기도하고 간구하기를 쉬지말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말하기를 우리가 전능하고 크신 하나님 앞에서 구하는 것이 너무나 초라하고 적은 양 밖에 되지 않는 것에 대하여 하나님은 모욕감을 느끼실 것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그 의견에 동감합니다. 그렇다면 자족하는 삶과 간구하는 삶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요? 얼핏 보면 두 개념이 상충되는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되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떠한 논리적이고 바른 해석관이 무엇인지가 궁금합니다.

  하늘 아버지에게 모든 것이 준비되어져 있고 그분은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주실 준비를 하고 계신 분이시며, 그분의 대속을 통하여 우리가 이미 엄청난 은혜를 누리고 있는데 우리의 결핍이 무엇이든지 하나님 앞에 구하면 주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어느 글에서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스펄젼의 아침묵상에서..) 그 글을 통하여 더 많이 기도하고 구체적으로 간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 회개하게 되고 깊이 묵상하게 되었는데, 동시에 모든 일에 자족해야 한다는 사도바울의 말씀이 떠올라서 이 두개념이 바로 정리되어야 할 것 같아서 질문을 남깁니다. 늘 좋은 자료와 성실하신 답변에 감탄하며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명쾌한 답변 주실 것을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Answer.

1. 많은 교회들이 바울을 대적하고 그의 사도성을 거부했지만, 유독 빌립보 교회는 바울의 선교 사역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습니다. 바울이 감옥에 있을 때에 빌립보 교회는 바울을 위해 물질적인 후원을 했습니다. 그때에 바울은 빌릴보서를 통해서 빌립보 교회의 관심과 후원에 감사함을 표시하고, 또 그 교회에 필요한 몇 가지 권면을 추가했습니다. 바울은 님이 인용하신 부분과 그 후에 나오는 내용에서 자신을 물질적으로 후원해 준 빌립보 교회에 감사하고, 또 그들의 후원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2. 여기에 사용된 '자족'이라는 말(아우타르케스)은 스토아 철학자들이 즐겨 쓰던 윤리적 용어였습니다. 당시 스토아 철학에서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변경시킬 수 없는 불가항력적이 상황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그 가운데서 만족할 수 있기를 추구했습니다. 물론 바울이 말한 자족의 의미는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한 것과는 의미가 달랐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배운 '자족'의 비결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1:21).


3. 바울은 물질적으로 도와준 빌립보 교인들에게 자신은 물질이 있어도 만족할 수 있고, 또 물질이 없어도 부족함이 없이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여러 가지 선교 훈련 과정에서 궁핍한 때도 있었고, 또 넉넉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는 이런 환경을 겪으면서 어떤 환경 속에서도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능력으로 만족하며 살 수 있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13절에 고백한 것처럼 "내게 능력 주시는 자(그리스도)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고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고백은 바울이 감옥에서 궁핍 속에 고생하는 것에 대해서 염려하는 빌립보 성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한 말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비록 감옥에 있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아무 부족함이 없이 지낼 수 있기 때문에 빌립보 교회 성도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권면했습니다.


4. 간구는 우리가 필요한 것이 있을 때에 간절히 구하는 것입니다. 바울도 필요한 것이 있을 때에는 주님께 간구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응답을 받은 것도 있었고, 또 응답을 받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바울은 응답을 받았을 때에도 감사할 수 있었고, 응답을 받지 못했을 때에도 그리스도를 의지하고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참된 신앙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신앙이며, 심지어 기도가 응답되지 않을 때에도 감사하며 만족할 수 있는 신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