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베드로전서 2장 23절의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는 누구로 보십니까? "부탁하다"로 번역된 παρεδιδου (paradidomi) 는 긍적적인 맡김 보다는 부정적인 맡김이 더 강한것은 아닌지요 그렇다면 κρινοντι δικαιως (krino dikaios) 를 앞의 14절과 관련지어서 "공정하게 재판해야할 세상의 재판관들에게 그냥 자신을 맡겨 버렸다" 로 해석하면 안되는지요. Dikaios 가 꼭 하나님의 공의를 나타낼때만 쓰인 단어는 아니지 않습니까?
 

A.

1. 들어가는 말
  23절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앞 뒤 문맥을 잘 살펴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먼저 23절이 나오는 전체 문맥인 (벧전 2:18-25)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벧전 2:18-25)은 성도들 중에서 특히 "사환들"에 대한 권면의 말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사환"(오이케타이; 집의 것)은 '가정에 소속된 하인'을 말합니다. 이 사환은 신분이 천한 '종'( 둘로스)과는 달리 가족의 일원으로 대접받던 하인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 주인에게 순종하라!(18)
  먼저 베드로는 사환들에게 "모든 일에 두려워함으로 주인들에게 순종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기독교인들이 된 성도들 중에는 부유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남의 집에서 주인의 지배를 받는 하인들도 있었습니다. 사도 베드로는 이러한 성도들에게 두려운 마음으로(존경심과 두려운 마음을 갖고) 주인에게 순종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때에 베드로는 사환들에게 "선하고 관용하는 자들뿐 아니라, 또한 까다로운 자들"에게도 순종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환들이 선하고 하인들의 허물을 잘 용납해주는 주인들에게 순종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까다로운 주인에게 순종하는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까다로운 자'는 '마음이 뒤틀린 자'를 의미하며, 하인들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좋지 않은 성격을 가진 자들을 말합니다.

3. 순종의 동기(19-21(상))
  베드로는 계속해서 어떻게 사환들이 까다로운 주인에게 순종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말해주 있습니다. 그는 사환들에게 "부당하게 고난을 받아도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슬픔을 참으면 이는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합니다(19). 그는 사환들이 까다로운 주인에게 고난받을 때에 하나님께 순종하기 위해 참으면, 하나님께서 그의 행위를 인정해 주시고 그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때에 사환이 까다로운 주인을 참고 인내하는 것은, 그가 인간의 사환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환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만일 그 사환이 인간의 사환이었다면 까다로운 주인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에 원망하거나 불평을 표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인간의 사환이 아니었기 때문에, 까다로운 주인을 주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서 주인에게 순종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그가 더 이상 인간을 섬기며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환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러므로 베드로는 사환들이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까다로운 주인에게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그들을 인정해 주시고, "착하고 신실한 종"이 받는 축복을 주실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환들이 죄를 짓고 매를 맞으면서 참는 것은 아무 칭찬을 받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선을 행하고 하나님을 샘각하면서 고난을 참으면 하나님은 그들의 행위를 아름답게 보시고 그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주실 것입니다(20). 또한 베드로는 21(상)에서 사환들이 까다로운 주인에게 참고 순종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성도들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고 인내하는 성숙한 믿음을 갖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므로 애매한 고난 중에 하나님을 믿고 인내하는 것은 이러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좋은 훈련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21(상)).

4.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21(하)-23)
  베드로는 이러한 일에 있어서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모범을 보여주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리스도께서도 우리를 위해서 고난을 받으심으로 친히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주시고 우리로 하여금 그 길을 따르게 하셨다고 말합니다(21(하). 그리스도는 죄를 범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으셨지만(22) 죄인이 되어 억울한 고난을 받으셨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억울하게 모욕을 당할 때에도 대적들에게 욕하지 않으셨으며, 애매한 고난을 당할 때에도 그들을 위협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 모든 것을 참으시고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에게 부탁하셨습니다(23).

  일반적으로 성경 주석가들은 여기에 나오는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를 "공의로우신 하나님"으로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베드로가 사환들에게 애매한 고난을 받아도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참으면 아름답다고 말한 후에,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그 예를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아무 죄도 없이 고난을 받으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신을 박해하는 자들에게 욕하거나 위협하지 않으시고, 모든 것을 공의로 심판하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침묵과 인내로 그 고난을 감당하셨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 가지 문제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베드로가 그리스도께서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에게 "맡긴 것"이 무엇인지(목적어) 생략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해서 주석가들은 몇 가지 다른 설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첫째로 어떤 사람은 여기에서 공의로 심판하시는 이에게 부탁한 것은 "그리스도 자기 자신"이었다고 말합니다(Robertson). 2) 둘째로 어떤 사람은 여기에서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께 맡긴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박해하는 자들"이었다고 말합니다(Alford). 3) 셋째로 어떤 사람은 여기에서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께 맡긴 것은 "주님에 대해 열리고 있는 재판 과정 전체"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Bengel). 우리는 이 세 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그리스도께서 하나님께 부탁하신 것은 위의 세 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무고한 고난을 받으시면서 자신의 영혼과 자신을 박해하는 자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재판 전체를 하나님께 위임하셨을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애매한 고통을 당할 때에도 욕하거나 위협하지 아니하시고 침묵하며 인내하셨습니다. 주님은 묵묵히 침묵하심으로 공의로 심판하실 하나님께 자신의 영혼과 모든 결과를 맡기셨습니다.

5. 고난을 참고 순종한 결과가 불러온 축복들(24-25)
  이제 베드로는 주님께서 고난을 참고 인내한 결과가 가져온 놀라운 축복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억울한 고난을 받을 때에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참고 인내하면, 그 일을 통해서 하나님의 놀라우신 뜻이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주님을 통해서 잘 나타났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억울한 고난을 당하셨지만 그것이 인류의 구속을 위해 필요한 고난이라는 것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은 이를 거부하지 아니하시고, 친히 나무에 달리셔서 자신의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습니다.

  그 고난과 인내의 결과로 우리는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애매한 고난을 참고 채찍에 맞으심으로 우리가 나음을 받게 되었습니다(24). 또한 주님의 인내의 결과로 인해 양과 같이 길을 잃고 헤메던 우리가 다시 우리의 영혼의 목자와 감독이 되신 분에게 돌아와서 그 분을 섬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25).

  하나님의 뜻을 좆아 억울한 고난을 참고 인내하면 이와 같은 놀라운 역사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고난을 참고 인내하신 주님의 모습은 까다로운 주인을 참고 인내해야 하는 사환들에게 좋은 모범이 될 수 있습니다. 때로 하나님은 정직한 사환들에게 까다로운 주인을 주어 그들로 하여금 애매한 고난을 받게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난은 하나님의 선한 뜻을 이루는 도구입니다. 그러므로 베드로는 사환들에게 이런 일을 당하면 하나님을 생각하고 참고 인내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만일 사환들이 억울한 고난을 당할 때에 모든 일을 하나님께 맡기고 참고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그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의 선한 일을 이루실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하나님은 사환들의 충성스러운 모습을 통해서 주인의 마음을 감동시켜서 그들을 주님께 돌아오게 하실 수도 있습니다(실제로 역사 기록을 보면 초대 교회 당시에 이러한 일들이 종종 일어났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사환들이 그리스도를 믿은 후에는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의 사환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까다로운 주인의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뜻을 좆아 그들에게 순종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사환이 까다로운 주인에게 순종하는 것은 그를 주인으로 주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인간을 섬기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입니다. 사환들이 세상에서 이러한 삶을 살아갈 때에 하나님은 어려운 중에 자신의 뜻에 순종한 신실한 종들에게 "착하고 신실한 종"들이 받는 축복을 내려주실 것입니다.